• 홈 >
  • 부서별활동 >
고향, 그리고 그리움! ('관촌수필'에서) 손병주 2007-05-04
  • 추천 0
  • 댓글 0
  • 조회 2172

http://changshin.org/bbs/bbsView/32/763177













이문구의 소설 '관촌수필'에서




"나는 한동안 두 눈을 지릅뜨고

빗발무늬가 잦아가던 창가에 서서,

뒷동산 부엉재를 감싸며 돌아가는

갈머리부락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음이 들뜬 것과는 별도로

정말 썰렁하고 울적한 기분이었다.

내 살과 뼈가 머문 마을이건만,

옛모습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던 것이다.

옛모습이 남아난 것이 저토록 귀할 수 있을까..... "




"모닥불은 계속 지펴지는 데다 달빛은 또 그렇게 고와

동네는 밤새껏 매양 황혼녘이었고,

뒷산 등성이 솔수펑이 속에서는 어른들 코골음 같은 부엉이 울음이

마루 밑에서 강아지 꿈꾸는 소리처럼 정겹게 들려오고 있었다.

쇄쇗 쇄쇗…… 머리 위에서는

이따금 기러기떼 지나가는 소리가 유독 컸으며,

낄륵-하는 기러기 울음소리가 들릴 즈음이면

마당 가장자리에는 가지런한 기러기떼 그림자가

달빛을 한 옴큼씩 훔치며 달아나고 있었다.

하늘에서는 별 하나 주워볼 수 없고

구름 한 조각 묻어 있지 않았으며,

오직 우리 어머니 마음 같은

달덩이만이 가득해 있음을 나는 보았다....."







"고향을 지키고 있어

고향에 가려면 반드시 거치지 않을 수 없는 산을

관산(關山)이라 일컬어온 것은

마사[馬史- 사마천의 '사기'] 이래의 일이었다.

내게는 이제 복산이가 관산이었다.

그가 그곳에 남아 있지 않았다면

나는 그곳이 고향이라는 증거를

한 가지도 지니지 못할 셈이 될 터였다.

그는 그곳에 남아 있었다.

옛 문장을 빌려 말하면

목우즐풍(沐雨櫛風)

- 비로 목욕하고 바람에 머리 감는 신산고초를 견디고 이겼으니

그를 관산으로 여김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믿는다...."











*고운 우리글의 맛깔스럽고도 끈적끈적한 말투의 관촌수필!

너른 양해 바라며,

제가 좋아하는 곡에 얹어 주옥같은  몇 구절을 옮겨 보았습니다.

이선생의 고향인 충남 보령,

옛 시절의 모습을 그리며 한번쯤 들르시어 느껴보시지요.






"사람이 일생 동안에서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으로 오는 여정입니다.

`차가운 머리'에서 `따뜻한 가슴'으로 내려오는 게

쉬워보이지만 실은 가장 어려운 일입니다."

-신영복 교수의 마지막 강의에서-






♬새 색시 시집가네.. 이연실 ♬


          추천

      댓글 0

      자유게시판
      번호 제목 작성자 등록일 추천 조회
      이전글 하루를 이런 마음으로 손병주 2007.05.13 1 2199
      다음글 이런 사람이 좋다 - 헨리 나우엔 손병주 2007.04.18 0 2151